
"나는 이것이 끝의 시작이라고 본다. 이제 시간문제일 뿐."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 마이클 버리(Michael Burry)가 6월 30일(현지시간) 이 문장을 서브스택에 올렸습니다.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누구보다 먼저 예견한 그가 이번에는 AI 인프라 버블의 붕괴를 선언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경고의 방아쇠로 지목한 것이 바로 한국의 대규모 반도체 투자 발표였습니다.
■ 무슨 일이 있었나 — 캐터필러 공매도, 그리고 한국
버리는 6월 30일 캐터필러(NYSE: CAT) 주가가 1,060.98달러일 때 생애 최초로 캐터필러 공매도 포지션을 취했다고 밝혔습니다. 동시에 엔비디아(NVDA),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AMAT), 테슬라(TSLA), 아이쉐어즈 반도체 ETF(SOXX)에도 새로운 공매도 포지션을 추가했습니다.
캐터필러는 올해 상반기에만 주가가 86% 상승한 S&P 500 최고 수익률 종목 중 하나입니다. 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으로 대형 건설·중장비 수요가 폭발하면서 "AI 인프라 수혜주"로 급부상했습니다. 시가총액 기준 미국 100대 기업 안에 드는 이 회사를 버리가 공매도했다는 것은 단순한 개별 종목 베팅이 아닙니다.
그가 특별히 강조한 것이 한국 발표였습니다. 6월 29일 한국 정부가 발표한 호남권 반도체 대규모 팹 투자 계획 등을 언급하며 "오늘 AI 랠리의 직접적 원인은 한국에서 발표된 대규모 지출"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이것이 끝의 시작이라고 본다. 이제 시간문제"라고 단언했습니다.
■ 버리가 공매도한 이유 — 숫자로 보는 밸류에이션 과열
버리가 제시한 근거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캐터필러의 주가매출비율(P/S)이 최근 30년래 최고치에 도달했습니다. P/S는 시가총액을 매출액으로 나눈 것으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주가가 실제 매출 대비 비싸게 형성되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1990년대 이후 최고치라면 닷컴버블 전후보다도 고평가된 수준입니다.
둘째,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가 200일 이동평균선 대비 65% 이상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버리에 따르면 이 수준은 2000년 닷컴버블 때만 기록된 것입니다. 반도체 전체가 그만큼 과열됐다는 신호입니다.
2026년 7월 1일 현재 버리가 운영하는 사이언 에셋 매니지먼트의 포트폴리오 규모는 약 6,814만 달러(약 940억원)입니다.
■ 버리의 이중 전략 — 쇼트와 롱을 동시에
흥미로운 점은 버리가 AI 버블을 경고하면서도 특정 종목에는 롱(매수)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올해 4월, 버리는 마이크로소프트(MSFT) 주식에 대한 LEAP 콜옵션(2028년 12월 만기, 행사가 700달러대 초반)을 매수했습니다. "기술적 매도 압력이지, 펀더멘털 붕괴가 아니다"라는 것이 그의 논리입니다. 실적과 사업 구조가 탄탄한 기업은 AI 버블이 꺼져도 살아남는다는 판단입니다.
정리하면 버리의 현재 전략은 이렇습니다. AI 인프라 테마로 과도하게 오른 종목(캐터필러·엔비디아·반도체 ETF)은 공매도하고, 실제 수익을 내는 빅테크(마이크로소프트)는 저가에 매수하는 것입니다.
■ 버리의 과거 예측 — 맞춘 것과 틀린 것
버리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정확히 예측해 약 2억 달러의 수익을 거뒀습니다. 이 실화가 영화 '빅쇼트(The Big Short, 2015)'로 만들어졌습니다.
다만 그의 약세 전망이 항상 맞은 것은 아닙니다. 2023년 이후 여러 차례 "시장 붕괴"를 경고했지만 S&P 500은 계속 상승했고, 일부 공매도 포지션에서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가 맞다고 해서 지금 당장 시장이 꺾인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버블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 한국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포인트
버리의 경고에서 한국 투자자가 체크해야 할 점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한국이 직접 등장했습니다. 버리는 한국의 대규모 반도체 투자 발표를 "AI 랠리의 정점 신호"로 지목했습니다. 국내 반도체 관련주(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가 글로벌 AI 버블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둘째, 반도체지수 과열 경고입니다. SOX 지수가 200일 이동평균선 대비 65% 높다는 것은 단기 조정 가능성을 내포합니다. 이는 국내 반도체 ETF(KODEX 반도체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셋째, 캐터필러가 아닌 엔비디아·테슬라에도 공매도를 추가했습니다. 버리는 단일 종목이 아니라 AI 인프라 테마 전반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해외 주식 직접 투자자나 관련 ETF를 보유한 투자자라면 포트폴리오 비중을 점검할 시점입니다.
■ 마무리 — "게임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승리일 때도 있다"
버리는 과거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때로는 게임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유일한 승리 전략이다." AI 붐이 한창인 지금, 이 말이 얼마나 정확한 판단일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입니다.
버리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그의 논리 — 30년래 최고 P/S, 닷컴버블 수준의 반도체 과열 — 는 들여다볼 가치가 있습니다. 투자는 결국 리스크 관리이고, 경고음은 무시하기보다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자료 출처: 뉴스핌 2026.07.01, Insider Monkey, CNBC, Stockcir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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